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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

주택+근생

대지위치 경상남도 하동군 옥종면 병천리
용도 주 1동 : 단독주택(다가구) / 주 2동 : 숙박시설(게스트하우스)
대지면적 1,300㎡
건축면적 515.70㎡
연면적 880.39㎡
규모 주 1동 : 지상 3층 / 주 2동 : 지상 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외부마감재 고흥석버너구이, 테라코트불연코팅재(그래뉼), 로이복층유리
시공 (주)금석종합건설
사진 유재만
설계기간 2023.09~2024.01
공사기간 2024.02~2024.12
"노동과 삶, 그리고 공존의 건축"

경계 위에 세운 상생의 건축
하동군 농업 근로자 기숙사는 단순히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숙소가 아니다. 이 건물은 노동과 공동체, 그리고 환경이 하나의 장소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상생의 건축’이다. 급격한 산업 변화와 농업 인구의 감소,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의 증가라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이 마주한 문제를 건축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했다. 즉, 이 기숙사는 복지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의 구조적 전환에 대응하는 건축적 제안이다.
대지는 하동군 옥종면 호계천을 따라 길게 펼쳐진 띠 모양의 부지다. 한쪽은 비닐하우스 단지가 끝없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은 오래된 마을 길로 이어진다. 농업과 생활, 외부와 내부, 자연과 인공이 교차하는 경계의 지대다.
이러한 경계는 종종 단절의 선으로 인식되지만, 본인은 이 틈을 관계의 가능성이 열리는 여백으로 읽었다. 따라서 건물은 담장이나 벽으로 닫히지 않고, 열린 마당과 투명한 동선을 중심으로 계획되었다. 외부인과 주민, 근로자와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오가며 우연한 시선과 인사가 오가는 흐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장소가 되기를 희망했다. 결국 이 건축은 ‘누가 이곳의 구성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설계자의 답이다. 기숙사는 단순한 숙소가 아닌 지역의 경계를 넘어 사람과 자연, 노동과 공동체가 공존하는 완충지대로서 존재한다. 이곳은 일하고, 머물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건축적 풍경을 제시한다.

노동과 삶, 그리고 공존
설계의 출발점은 ‘조화와 상생’이었다. 현장 조사 결과 대지의 규모와 주변 주거지의 스케일을 고려했을 때 4층 규모의 단일 매스(MASS)는 이질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질의를 통해 분동(分棟)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분동(分棟) 형태의 계획을 제안했고, 이것이 지역 맥락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건축적 선택이 되었으며 설계 공모 심사에서 좋게 받아들여져 당선되었다. 기숙사(다가구)는 3층, 게스트하우스(숙박시설)는 1층 규모로 계획되었다. 두 매스(MASS)는 도로와 호계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는 관계 구조를 이루며 중앙에는 공유의 마당이 자리한다.

이 마당은 단순한 외부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며 식사하고 대화하는 ‘사회적 거실’이다. 공간은 서로 다른 삶을 이어주는 매개로 기능하고, 그 안에서 낯섦은 점차 익숙함으로 변한다. 기숙사의 단위 실은 3인실 모듈(Unit)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유닛(Unit)은 남향으로 배치되어 풍부한 채광과 환기를 확보하였다. 각 유닛(Unit) 사이에는 이격 공간을 두어 사적인 경계와 공동체적 관계가 미묘하게 교차하도록 했다. 중심부의 홀은 하루의 시작과 끝이 만나는 장소로 생활의 리듬을 담는 건축적 중심축이다. 이 구조는 효율적 배치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간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균질한 모듈 안에서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조용히 공존한다. 그 균질함 속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와 다양성이 바로 설계자가 제시하는 사회적 미학이다.

게스트하우스(숙박시설)
단기 체류 근로자를 위한 별동으로 주변의 논과 제방의 선형을 따르며 낮고 수평적인 형태로 놓았다. 중심의 공유주방과 라운지는 단순한 기능 공간이 아니라 농업 근로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여기서는 일상적인 식사, 휴식, 대화가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공동체의 감각이 만들어지길 의도했다.

“일하고, 머물고, 함께 살아가는 지역.”
그 단순한 문장이 건축적으로 구현될 때, 우리는 비로소 ‘상생’이라는 단어의 구체적 형태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형태는 거대한 상징이 아닌, 작고 소박한 마당과 투명한 창, 낮은 담벼락과 같은 일상의 풍경 속에서 드러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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